예수께서 자의로 하신 일 중에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저는 주저 없이
'귀신을 쫓아내신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마가복음에서는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이 귀신을 쫓아내시는 것이었고(막1:21절 이하),
또 예수의 사역을 '복음을 전하시고 귀신을 쫓아내셨다'고 요약할 만큼(막1:39)
귀신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핵심적인 사역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복음서에는 '귀신'에 관한 말씀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눅11:20에서 말하는 것처럼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임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복음서 전반에 나타난 귀신에 관한 언급들을 볼 때,
귀신을 쫓아내는 행위는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와 직접적,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깁니다.
왜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복음 선포에서 귀신이 그토록 중요하게 다뤄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현대 기독교에서 이 문제는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귀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귀신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종파는 이단으로 규정되어 있는 성락교회의 베뢰아 아카데미와 그 아류들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귀신을 다루는 방식은 성경적이 아닙니다. 귀신을 병고침과 관련해서만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현대의 기독교에서는 예수께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신 '귀신'의 문제가 조금도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과 교회에서 귀신의 문제가 정당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할 참입니다.
1. 귀신들린 거냐 정신병이냐?
'귀신들림과 정신병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둘을 구분합니다.
정신질환은 그저 현대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이해하지만, 귀신들림은 영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둘을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정신질환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이전 시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귀신들림으로 이해했다는 입장입니다.
제 생각엔 둘 다 틀렸습니다.
귀신들림과 정신병은 다르다고 할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우선, 정신질환과 귀신들림이 다르다는 주장에는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영적인 것은 정신적인 것보다 우월하고 선행한다는 일종의 이원론적 사고가 뿌리깊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은 그렇게 쉽게 분리할 수 없습니다. 아예 분리가 안 될지도 모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영적'의 의미는 육체와 정신을 넘어서는 구분된 제3의 영역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과 사회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육체가 죽음 앞에 임박해 있다면, 혹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그것 자체가 영적인 사건인 셈입니다. 그러니 정신적 질환이 따로 있고 영적 현상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성경이 말하는 '영적'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귀신들림이라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무시해도 너~무 무시합니다.
현대 정신분석학, 심리학은 이미 귀신들림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내 놓았습니다. 귀신들림으로 불리는 모든 현상이 타당한 이유들로 설명이 됩니다.
물론, 이런 연구들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데에 물음표를 달아 둘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 판단을 거부한 무시는 믿음과 현상 모두를 왜곡시킵니다.
이런 현대 과학의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 믿음이 아닙니다. 지구가 해를 돌고 있다고 과학이 밝혀 냈는데, 여전히 해가 지구를 도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믿음이 아닙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흔히 말하는 귀신들림의 현상은 정신분석으로 해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귀신들림은 정신질환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주장은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영' 혹은 '영적'인 것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귀신들림은 정신질환일 뿐이다' 라는 주장도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들림을 단지 '정신질환'으로만 한정시키면, 성경에서 '귀신들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들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들림은 정신질환, 즉 개인의 삶을 파탄내는 정신적 질병을 넘어섭니다.
정확히 말해 귀신들림은 영적 사건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영역을 넘어서는, 이해 불가한 특수한 사건이어서 영적인 것이 아니라 그 귀신들림이 이 세상을 향한,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핵심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영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귀신들림을 정신질환으로만 한정시켜 놓으면 이런 영적 의미들이 손상됩니다.
그래서 귀신들림이 정신질환과 같다는 말도 틀렸습니다.
2. 귀신들림의 영적 세계
그렇다면 귀신들림의 성서적 의미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답해 보겠습니다.
우선,
'영'이라는 말에서 시작하겠습니다.
복음서에서, 특별히 마가복음에서 귀신을 부르는 용어는 '더러운 영'입니다. 물론 '귀신'이라는 단어도 사용되지만 '더러운 영'이 더 자주 사용됩니다. 귀신을 성령(거룩한 영)처럼 '영'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영' 하면 어떤 '인격을 가진 실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귀신을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와 감정을 가진 하나의 존재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닙니다.
영, 헬라어로 프뉴마, 히브리어로 루아흐인데,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숨' 혹은 '바람'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에서는 '영으로 난 사람'에 관하여 말하면서 '바람'이야기를 하는 언어유희를 보여줍니다(3장). 영과 바람이 같은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같은 단어일 뿐만 아니라 같은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인격적 개념이나 하나의 특정 존재를 가리키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영'은 인간이 죽고나면 남게 되는 영원불멸의 어떤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의 정신, 깊은 내면, 진정한 자아, 직관적 영역으로 인간을 인간되게 해주는 어떤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영은 그 시대의 정신, 특별히 인격화된 시대정신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귀신이 들렸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진 초인적 존재에게 사로잡힌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그 심층적 의미는
하나님의 다스림에 반하는 그 시대, 혹은 정권의 정신에 사로잡혔다는 것,
그 정신을 지배하는 누군가에게 붙들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마가복음 5장에 나오는 '군대귀신'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께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신 이후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거라사'지역 즉 이방인의 땅에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서 예수께서는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데
공교롭게도 그 이름이 '군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헬라어로 '레기온'입니다.
그런데 이 레기온이라는 단어가 문제입니다.
이 단어는 '군대'라는 보통명사가 아니라 로마군대의 군단급 규모의 편대용어입니다.
한 5천명쯤 되는 규모로 로마 군대, 로마의 권력, 로마의 평화(Pax Romana)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귀신들린 사람이 '우리의 이름은 레기온입니다' 하고 한 말의 심층적 의미는
"우리는 막강한 로마 권력의 창칼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레기온이라는 더러운 영은 하나의 존재라기보다는
로마가 창칼로 다스리는 로마의 정신, 세속적 권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기온을 쫓아내신 사건이
로마 권력, 로마의 정신, 로마의 지배에 대항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는
예수께서 레기온을 쫓아내신 후에 일어난 마을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그들은 예수께 와서 자신들의 동네를 떠나라고 요청했는데,
돼지떼가 몰살한 경제적 손실 때문일 수도 있지만
레기온의 영, 레기온의 로마정신과 대항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레기온과의 대결은 곧 죽음, 파멸, 진멸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향해 빨리 떠나라고 요청합니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귀신들림은 단순한 정신적 문제를 넘어섭니다. 정신질환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귀신들림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이 인간됨을 상실한 상태에 대한 상징성을 포함합니다.
창조의 아름다움을 상실한 상태가 바로 '더러운 영'에 의해 지배를 받는 상황입니다.
폭력과 잔인함으로 이루어 놓은 로마의 평화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은 창조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습니다. 레기온이라는 귀신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탐욕과 끝 없이 이어지는 돈을 향한 갈증에서 인간들은 인간됨을 상실했습니다. 더러운 영에 의해 사로잡힌 것입니다.
질병과 두려움과 절망과 종교적 껍데기 속에서 창조물들이 신음하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더러운 영입니다.
이것이 바로 '귀신을 쫓아내는' 상징적 사건이
예수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는 이유입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누가복음에 기록된 예수님의 사명 선언서입니다.
이것이 귀신을 쫓아내는 상징적 사건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 표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 세대의 정신과 싸워야 합니다.
소비와 탐욕과 전쟁과 편가름과 파괴와 이기주의와 욕정과 속임수와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더러운 영을 제어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입니다.
글쓰신분이 목사님인가요?
답글삭제말 장황하고 ᆞ 결론이 뭔지 도체모르겠내요 ᆞ 귀신들링은 정신병과 동일합니다 ᆞ 뭐가 그리 복잡한지요 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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