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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2일 토요일

예수가 말한 하느님의 나라 2 - 가짜 서론: 꼭 해야하는 얘기지만 서론은 아닌.

죽어서 가는 천상도시(농촌이 아닌 도시!)로서의 천국에 대해 성서는 침묵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성서가 말하는 천국은 신자들의 사후에 맞이하게 될 천상의 도시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신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천국이라고 불리는 천상도시로 이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서가 말하는 천국은 그런 '장소'가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가짜 서론'에서 잠시 다루려고 한다. 이 글이 가짜 서론인 이유는 글 전체의 논지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천국에 대한 완전히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꼭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론 부분에서 다루고 넘어가지만 진짜 서론은 아니다.
하느님 나라가 무엇인지, 예수께서는 왜 하느님의 나라를 전했는지 이해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천국'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이다. 물론 천국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는다고 하느님 나라가 절로 깨달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천국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바로 잡혀야 비로소 예수께서 전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이해의 첫 걸음이 시작될 수 있다.


거칠게 말해 천국은 하느님 나라를 유대인들이 순화시켜 표현한 것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천국'이라는 단어는 오직 유대적 복음서로 알려진 마태복음에만 등장한다. 더욱이 우리말 마태복음에서 '천국'으로 번역한 단어의 상당 부분은 헬라어 원문으로 보면 '그 나라'이다.
유대인들에게 '하느님'이라는 단어는 직접 말하기 부담스러운 것이었고,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라는 표현도 종종 애둘러 말했다. 그저 '그 나라'라고 부르기도 하고, 하느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늘'을 붙여 '하늘 나라' 즉 천국이라고 불렀다.
전통적 유대인이었던 바울이 '세번째 하늘'에 올라간 경험을 말할 때 셋째 하늘이 등장하는데, 이는 하늘이 3단계로 구분되어 있다는 말이 아니라 이 세계가 3층으로 이뤄져 있다는 유대인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1층은 지하세계로 죽은자들의 영역이다. 2층은 지상세계로 인간과 피조물들의 영역이고 3층은 하늘로서 하느님의 세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하늘은 하느님의 상징이고, 그래서 하느님의 나라가 하늘나라로 대치될 수 있었다. 즉, 하늘나라는 하늘 어딘가 물리적 장소에 자리를 틀고 있어서 하늘나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나라이기에 하늘나라인 셈이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사역 시작부터 끝까지 하느님의 나라(혹 천국)가 왔다고 전하셨다. 하지만 예수에게서 '너희가 하나님을 믿고 죽으면 천국이라는 곳에 갈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예수의 관심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곳, 즉 인간들의 세계에 '왔다'는 것이었지 우리가 죽어서 어디론가 '갈' 것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해, 성서에 우리가 죽어서 가는, 그리고 영원히 머물게 될 장소로서의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죽은자들이 잠시 머물게 되는 곳으로서의 낙원, 아브라함의 품, 주님과 함께 하는 곳 등이 나오지만, 성서는 우리가 그곳에서 영원히 머물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서의 관심은 이 땅이다.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파괴되었지만 다시 회복될 이 땅이 성서 이야기의 모든 관심이고 방향이다.
예수께서 선언하신 하느님의 나라는 파괴된 이 세계가 어떻게 회복될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깨어진 하느님의 다스림이 어떻게 회복되고, 하느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왕위에 오르시는지에 관한 것이다.
천국을 소망한다는 것은 이 고난의 몸을 벗고 속히 저 세상으로 넘어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천국, 즉 하느님 나라를 소망한다는 것은 이 세대 안에 일어나고 있는 불의 가운데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하실 것인지를 기대하는 것이고, 하느님께서 이루실 최종적 승리를 바라는 것이다.
죽은 신자들의 영혼이 영원히 머물게 될 천상의 장소로서 천국은 없다. 예수는 그런 천국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국은 하느님께서 어떻게 이 세상을 회복하실까의 문제다. 천국이 왔다는 말은 그 회복이 시작되었다는 말이고, 폐위된 줄 알았던 하느님께서 다시 왕위에 오르신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을 논증하려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필요하겠지만, 이 글의 큰 방향에서 좀 벗어나 있는 주제이니 여기에선 그냥 넘어간다. 내가 이 블로그에 올렸던 '천국과 지옥에 관한 글'을 보면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
자, 이제 서론으로 넘어갈 준비가 됐다. 과연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회복하시는 세계'에 대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셨을까? 예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왕이 되셨다고 선언하셨을까?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나라로서 이 세계의 미래는 어떠한가? 이제 이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그것이 예수께서 말하신 하느님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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