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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4일 월요일

사탄의 의미에 관하여

"나는 하느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 그러니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 너희에게 있는 것이다.
내가 사탄의 힘을 빌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스스로 갈라진 것이니 사탄의 나라가 어떻게 존속되겠느냐?"(누가복음 11장)
예수에게(혹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게) 하느님 나라의 대척점에는 '사탄의 나라'가 있었다.
하느님의 나라는 궁극적으로 사탄의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탄은 공중 권세를 잡은 자, 즉 현존하는 불의한 권력과 정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권력과 동일시 되는 것은 아니다. 사탄은 그 불의한 권력 너머에 있는 더 큰 세력이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 하지 말고, 몸과 영혼을 게헨나에 멸할 수 있는 자를 두려워 하라"(마태10장 28절)
앞선 구절인 17-18절을 보면 몸을 죽이는 자는 현존하는 불의한 권력인 로마(혹은 유대종교권력)이다.
그리고 몸과 영혼을 함께 멸할 수 있는 자는, 마찬가지로 앞선 구절인 25절을 보면, 현존하는 권력의 집주인인 바알세불, 즉 사탄이다.

사탄의 나라는 현존하는 불의한 권력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불의한 체제는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다.
하느님 나라 사도로서 예수가 맞섰던 본질은 현존하는 권력으로서 로마나 유대 종교체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집주인으로서의 사탄이었고 사탄의 나라였다.
물론 현존하는 불의한 정치적, 종교적 권력은 사탄의 하수인으로서 긍정 불가한 세력이다.
예수는 때때로 이 하수인들과 맞섰지만 항상 본질적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예수는 자신의 축귀나 병자 치유, 더 나가 죄인들과의 어울림이 사탄의 나라를 균열시키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하느님의 손(혹은 영)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하느님 나라의 현존이라고 보았고 사탄의 나라를 무너뜨리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초기 교회는 사탄의 하수인인 로마권력에 의해 처형당한 예수의 십자가에서 왕이신 예수의 즉위를 그려냄으로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강조했다. 그리고 사탄의 나라가 균열되었음을 보았다.
자기 부정으로서의 예수 십자가가 사탄의 나라에 치명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사탄의 체계가 가지고 있는 위계와 서열, 폭력과 강압을 폭로하고 뒤집기 때문이다.
사탄의 체제가 전복되는 곳에 하느님의 나라가 있다.
예수의 십자가와 그 제자들의 십자가는 하느님 나라의 현존이고 사탄의 나라와 그 하수인인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하느님의 능력이다.
불행히, 하느님 나라로서의 교회는 여전히 사탄적이다. 사탄적 위계와 서열이 존재하고, 폭력과 강압이 난무하다.
십자가로 말미암은 사탄적 체제의 전복이 교회에는 없다.
그러니 교회가 불의한 권력과 짝패가 되어 사탄의 나라를 지지하고 추앙한다.
그들은 사탄적 체제를 존속시키기 위해 예수의 축귀와 치유를 모방한다. 마치 제사장 스게와의 아들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사도행전 19장).
그러나 하느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여기 있다.
하느님의 만지심이 죄인들과 병자들과 귀신들린 사람들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믿는 사람들을 통해 나타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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