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저의 아버지께서는 종종 이메일로 아들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들을 보내십니다.
대부분이 아버지의 개인적 신앙고백과 성서 해석에 관한 내용들이어서 주의깊게 읽지는 않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성경을 해석하는 기본적 방향이 많이 달라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늘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그런 이유로 논쟁도 많았고, 아버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적도 꽤 있습니다. 물론 저도 불편했지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는 평소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아버지의 진심이 담겨 있는, 그래서 제게도 힘이 되는 편지를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추궁하지 말라"
중한 병에 걸렸던 성도가 담임목사가 안수함으로 병에서 해방됐고
그 은혜로 인해 얼마나 뜨겁게 사랑하며 따르는지 행복한 생활이 이어졌단다.
얼마 후
“목사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스스로 결론 내리고
마음을 닫고 등을 돌리더니 이전 병이 재발하여 결국 죽고 말았다.
이런 경우, 흔히들 배은망덕하더니 저주 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 가벼운 책망이 화를 자초하고 말았으니
자기의 허물을 들춰내는 일을 좋아할 사람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단다.
주님은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셨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일이 목회요, 목회는 그 사람을 끝까지 지키는 사랑이다.
“정말 사랑하고 있었구나, 정말 아끼고 있구나, 정말 도와주려 애 쓰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결코 배신하지 않고 시험에 들일도 없고,
마음 다해 충성하지만
그런 아름답고 행복한 사이에 찬물 끼얹는 것이
곧 사랑이라 하는 허울을 쓴 책망이란다.
관용이나 이해, 온유나 겸손을 상실하고 법을 앞세우는 율법주의에서는 사람을 얻을 수 없으니
이것 빼놓고 다른 노력을 갑절로 경주한다 한들
열매는 거둘 수 없구나.
달리는 말에게 채찍을 가하면 더욱 힘차게 달리게 된다.
감정과 이성이 분명한 인간에게 필요한 채찍은
격려요 칭찬이요,
허물을 감싸주고 덮어주고 짊어져주는 아량일 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 하는 일에 제동을 걸면 속상하고 짜증나게 되는 법
교회는 더구나 그게 심한 공동체임을 잘 알고 있다.
반석 같은 믿음이라 여겨지는 사람이라도
두 번 책망하면
마음 닫아버리고 다시 열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은
심히 가슴 아픈 실상이란다.
아비의 목회가 매우 힘들었던 것은
교회에서 무슨 사욕을 꿈꾸거나 다른 범법을 저질렀거나
설교를 잘못해서가 아니었고
하나님을 사랑한다하는 방법이 길을 잃고 방황했기 때문이란다.
성경대로 되지 않아 가슴이 아팠고
능력은 되지 않는데 그것을 인간방법 동원해서 고쳐보려 하다 보니
나 자신이 성경을 넘어버려
이해와 관용은 간데없이 법만 내세운 까닭에
서로가 깊은 상처만 남고 키웠지 근본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더구나.
그 인간방법이라는 것이 곧
책망이라는 미명을 쓴 탈선이었단다.
다시 그들을 대할 때는 위로하고 격려하고 축복하리라 결심해도
결심대로 실행되지 않아 악순환했고
그때 겪었던 아픔은 실로 참담한 것이었단다.
내 힘의 한계를 벗어난 미혹이었으니
그로 인해 목회실패자가 되어 주님으로부터 쫓겨난 것이란다.
누구의 약점이 발견되거든 힘껏 안아줘라.
그런 사랑을 받을 때만 그가 변화된단다.
누구의 약점이 발견되면 자신의 들보를 봐라.
그런 겸손은 하나님을 감동시킨다.
누구의 약점이 발견되면 네 몸으로 짊어져라.
그러면 그를 얻게 된다.
누구의 약점이 발견되면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라.
그러면 주께서 그를 고쳐주시고 그를 네 품에 안겨주신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 주가 주시는 평안과 자유가 없다면
실행할 수 없을 것이다.
율법 하에서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자유를 줄 수 없고
도리어 약점만 보이고 짜증나고 불안 불편하니 어쩌겠니?
또한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 있다면
마땅히 감싸주고 위로해야 할 일,
그냥 웃음으로 넘겨야 할 일에도
기어이 부스럼을 일으키고 키우는 일이
목회의 현장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에
목회성공은
똑똑하고 조리 있는 사람보다
좀 어리숙하고 모자란 듯한 사람한테 주어지는 선물인 것 같다.
왜냐하면
성도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법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지도자의 가슴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고
그 같은 토양에서 교회의 믿음이 자라고 충성심이 일어나고
주님의 복음도 정죄된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한 자기희생이요
성령께서도 자유 얻은 곳에서만 역사하실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리라.
아비는 대전에 온지 4년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
주님의 심정을 토로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기도할 수 없고
온갖 잡념들로 가득한 가슴으로 고통스러운 날을 많이 보냈고
그것 이기고 은혜 받은 원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쉬지 않는 영적전투를 계속했다.
지금은 많이 행복해졌고,
주님을 많이 의지할 수 있게 됐고
타의 허물을 많이 용납하고 위하여 눈물 흘리는 가슴을 얻게 되어
비로소 주님이 함께 하고 계심을 고백할 수 있게 됐단다.
책망 받는 사람은 돌이키려는 노력보다
서운하고 괘씸한 생각이 앞선다.
책망하는 사람은 사랑의 동기로써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한 번 더 책망 들으면
대적자로 둔갑하여 보복의 기회를 찾게 되는데
이것이 세상 신들의 유혹과 역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죄인의 근본을 깔고 사는 인간들을 대하는 작업이 목회이니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 환난 중에 참으로 기도에 항상 힘쓰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울자.
높은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있다 하지 말자.
절제 근신하며
구타하지 아니하며 오직 관용하며
다투지 아니하는 성품을 간직해라.
아들아,
칭찬과 격려를 받는 성도는 독수리 눈처럼 생기가 돋고 행복하지만
책망을 듣고 사는 자들은 분노와 살기가 돋는다.
주님의 종으로 부름 받은 네 직분과 그리스도의 복음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명심해라.
한 사람의 적을 만들 수도 있고 그 사람을 지지자로 세울 수도 있음을..
성도의 지지를 받으며 사랑받고 존경받는 영적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이 엎드리고
겸손하고
자상하게 타의 아픔을 고려하고
타의 약점을 짊어지는 선한 싸움을 경주해 보자.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는 자가 되어라.
잘 될 것이다.
아무것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모든 염려는 주께 맡기고 부활의 푯대 향해 약진해라.
구구절절 맘에 새겨 봅니다.따뜻한 사람,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진짜 하나님의사람이 되어야 하는데...제게 너무도 부족하여 부끄러운,관용과 이해, 온유와겸손함.. 평생 살면서 한순간이라도 잊지 않고 행해야 할 삶의 지침 삼아 어디서든 행복 바이러스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답글삭제우리 목사님 늘 괜찮다 격려해주심이...그립습니다
훌륭하신 아버님 꼭 닮으셨군요~~^^
예전에 너무 아픈일이 있어서 나의 아픔을 얘기하자.. 아무 말 없이 그저 펑펑 울어주는 집사님이 있었어요. 이상하죠? 그분은 아무말 안하고 펑펑 울기만 했는데, 난 이미 치유가 되더라구요.. 공감.. 감동.. 제가 잘 쓰는 유치하지만 편들어줌.. 세상이 또 모두가 날 외면해도.. 내가 있잖아.. 힘내 말해줄 수 있는 바로 그분을 목사님은 가지셨네요.. 목사님 우리에게 목사님 그런 분이시죠?? 멋지고 감동의 아버님을 가지신 목사님 부러워요.^^
답글삭제아버님의 편지를 읽고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약점이발견되었을때..안아주어라..짊어져라...눈물을흘려라...정반대의 모습들로 서로에게 상처주기 바쁜 요즘사람들 모습속에서...나는 그렇지 않던가..생각해보며 진정한 위로자요..격려자이며..사랑의 사람이 되기를.. 제 스스로를 기대해보며 기도합니다..
답글삭제목사님..목사님으로부터 선한영향력을 받을수 있음에 넘 감사할뿐입니다...
페북을 통해 두번째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어제 친구들과의 북 나눔이 다시 생각나네요...
답글삭제"여호와는 자비로우시며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자하심이 풍부하시도다" 하나님의 자기 표현입니다. 믿음은 이런 하나님의 인격과 성품울 닮아가는 것이라고 하는 데..목사님의 아버님의 글속에도 그 분의 성품이 녹아져 있는듯합니다.좋은글 감사^^
가끔은 설교를 하다가,
답글삭제대부분의 사람들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내가 뭐하러 이렇게 설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칠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설교를 통해서 한 사람이라도 힘을 얻고 위로를 얻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요.
이 글이 또한 그렇게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겠지요...^^
참으로 감동이고 은혜가 되는 아버지의 편지를 공감하며 그러한 육의 아버지를 가지신 목사님은 행복한 분이십니다. 성도로써 이러한 목회자를 만난다면 결코 떠나지않고 충성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잘 자라나는 믿음의 일꾼이 될것같아요. 온유함을 가진 목회자...사랑으로 끝까지 성도를 품는 목회자 그분은 그리스도를 닮은 신실한 분이 되실 껍니다.지금은 이런분을 찾고 있고 성도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인품이 이어지기를 소망하고 있지요? 좋은 감동의 편지 잘 읽고 갑니다.
답글삭제형... 우식이요...
답글삭제아... 아버님의 말씀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습니다.
더군다나... 저희 교회의 상황 가운데 너무나 필요한 말씀인지라..
더욱 가슴이 아려오면서 감사하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ㅠㅇㅠ
ㅎㅎ
답글삭제목사로서 늘 가슴에 새겨야 할 말씀이지..^^
근데, 승질나면 참기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