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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5일 금요일

천국과 지옥, 예수의 뒤통수를 치다 - 1. 성경의 상징에 대하여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가요"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정말 그런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지금 철학적 논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성경이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엔 이런 전통적 천국과 지옥에 관한 개념들은 성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개념이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사람들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예수의 죽음을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하나님의 드라마틱한 사랑의 도구쯤으로만 여긴다.
그리고 부활에는 어떤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죽으면 예수님의 은혜로 이미 천국에 갈건데
굳이 부활의 의미를 찾을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복음의 핵심인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천국과 지옥에 관한 개념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 편으로 나눠서 쓰게 될 짧은 그들을 통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리는 전통적 천국과 지옥 개념의 문제들을 다루어 보고
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 되는지를 살펴 보려고 한다.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학술적 논문이 아니다.
때문에 정교한 논리 대신에 성경 전반에 관한 직관적 관찰들을 토대로 글을 쓸 것이고
정확한 각주 대신에 내 개인적 성경 이해와 그간의 독서에 대한 개괄적 언급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 내 글들을 통하여, 주류 기독교가 고백하는 천국과 지옥 개념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밝혀보려고 한다.
내 글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성경은 지속적으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복음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우선,
성경에 나오는 상징들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성경의 모든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자가 아니라면
성경은 해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사실, 성경이 과학 잡지나, 논문이 아니기 때문에 해석은 필연적이다.
성경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들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역사적 사건, 시, 지혜의 말들, 예언, 묵시, 비유, 설명, 편지, 역사적 한 인물에 대한 집중 묘사 등 언뜻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성경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문학 형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징'이다.

성경에는 다양한 층위의 상징들이 나온다.
쉽게 생각해 봐도 가장 대표적인 상징체계는 '비유'이다.
예언자들이 비유를 많이 사용했고, 예수는 두드러지게 비유를 많이 사용했다.
비유는 대표적인 상징전달 체계로서 상징물을 통해 메시지를 부각시킨다.

따라서, 비유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를 상징체계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해석하지 않고
누가 천국에 가고 누가 지옥에 가는가 하는 식의 문자적 수준에서 해석한다면,
우리는 그 비유가 말하려는 바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
예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것은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비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 역전, 회개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비유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상징이 요한계시록이나 다니엘서 같은 묵시문학에 등장한다.
최근 요한계시록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요한계시록에 대한 이해가 문자적 수준을 넘어 그 안에 있는 상징적 층위들을 벗겨내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묵시문학 안에 복잡한 상징체계들이 사용되었다고는 하지만
상징들이 집단적으로 등장하고, 하나의 문학 형태로 묶여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하기가 용이하고, 상징 체계를 분석해 내는 일도 비교적 쉽다.
여기서는 계시록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기에 패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비유나 묵시 안에 있는 상징들이 아니라
문화적 층위 안에 감추어진 상징들이다.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성경 저자 자신도 그 상징성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성경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독자들이 그 상징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우리들에게는 낯선 상징들이어서 그것을 상징으로 읽지 못하고 문자적 실재로 읽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비근한 예가 서양의 드라큐라 영화에서 나온다.
성경에서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하나님의 승리, 그리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상징으로 나온다.
그런데, 드라큐라 영화에서는 십자가의 상징은 사라지고,
십자가 자체가 문자적 실재가 되어서 악귀를 쫓을 수 있는 능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십자가가 상징하던 것들은 사라지고, 십자가를 들이대면 악귀가 쫓겨가는 능력의 실체로 바뀐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천국'과 '지옥' 이라는 상징적 개념에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천국과 지옥은 상징적 언어로서, 그것이 가리키는 의미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징적 의미들은 사라지고 그것들이 어떤 구체적 장소로 의미 전환을 이룬 것이라고 본다.

천국과 지옥이 어째서 상징 언어인지는 이어지는 글들에서 밝혀볼 계획이다.

모든 성경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는 근본주의자는
이 글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성경에는 해석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상징들이 등장하며 그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천국과 지옥에 관한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볼만 할 것이다.

매우 간략하게 설명을 했는데,
혹시 의문 사항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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