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천국이라는 용어가 사실은 실제 의미하는 바에서 벗어나 허상을 가리키는 언어가 되었음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들이 가는 천국 이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성경이 지속적으로 말하는 바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세상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로 변화 되는 것, 하나님의 왕권이 이 세상에 충만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도 살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죽음 이후에 관해서는 뭐라고 말할까요?
우선, 지난 글이 좀 길어지는 관계로 생략했던
'내세' 라는 용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신약성서에서 '내세'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개역개정판 번역을 기준으로 세 번입니다.
(이것도 헬라어 성경을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 헬라어로는 몇번 나오는지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빈도일 것입니다.)
마가복음 10장 30절과 누가복음 18장 30절, 그리고 히브리서 6장 5절입니다.
그 중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은 병행본문으로서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내세 라는 말이 나오는 곳은 두 곳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본문을 표준새번역 성경으로 찾아보면, '내세'라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표준새번역에 '내세'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 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왜 표준새번역은 '내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일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개역성경에서 '내세'라고 번역된 헬라말은
'저 세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표준새번역은 '내세'라고 번역했던 세 곳 모두에서 '오는 세상' 혹은 '올 세상'이라고 번역을 고쳤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는 세대'입니다.
내세에 관해서는 일단 이렇게 요약을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내세'는 단 두 차례밖에 나오지 않는 매우 부수적인 개념이다.
또한, '내세'로 번역된 단어의 원래 의미는 '저 세상'이 아니라 '오는 세상(정확히는 '오는 세대')'이다."
그렇다면 '오는 세상'은 무엇일까요?
저 세상의 반댓말은 이 세상이지요. 하지만 오는 세상의 반댓말은 현 세상입니다.
그래서 '오는 세상'은 현재의 잘못된 것들, 죄, 악의 문제, 죽음, 질병, 모든 더러운 것들이 통치하는 '현 세상'을 뒤집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의미입니다. 새 시대가 오는 것이지요.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 세상을 뒤집는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곳에 임한다는 신약성경 전체의 메시지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대로 성경의 '내세'는 죽음 이후에 우리가 가는 세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세'는 '오는 세상'으로서 죄와 악으로 망가진 '이 세대'를 끝장내시고 하나님께서 다스리실 '새 시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죽음 이후의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죽음 이후에 관해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죽음 이후에 관한 것들은 주로 바울 서신에서 언급이 되는데요,
한 마디로 말하면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바울이 죽은 자들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는 서신은
고린도전서, 에베소서, 데살로니가전서가 핵심적인데요,(한 번 꼼꼼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곳에 나타난 죽은자들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표현은
'잔다'는 것입니다(그 어디에도 천국에 갔다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잔다는 표현과 함께 주로 사용되는 것이 '깨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성도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바울이 자신의 죽음을 표현하면서
자기가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다는 개념을 빌립보서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 이후 자신의 상태를 가리켜, 그리스도와 함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약성서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죽음 이후의 상태에 대한 대략입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잠잔다는 것은 의식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와 함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추측해 보기는,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한 소망이 의식이 없는 상태를 전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잠잔다는 것이 의미하는바가 완전한 무의식이 아니라 쉼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성경은 사람이 죽으면 천국에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잠잔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다고만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정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부활하는 것이지요.
부활의 더 자세한 의미들은 이어지는 글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죽음 이후'가 '천국'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데 만족하려고 합니다.
몇 가지 부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몇몇 성경구절들이 죽음 이후에 관해 어떤 암시를 주는 듯 한데요,
가장 먼저는 누가복음의 '부자와 나사로 비유'입니다.
이 비유는 죽음 이후에 천국 혹은 좋은 곳, 그리고 지옥 혹은 불구덩이가 존재한다는 암시를 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가 비유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유는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서 사실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체계입니다.
비유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이야기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진술입니다.
비유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허구입니다. 있을법 한 허구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 전달 강도를 높이는 것이 비유의 목적인 것이지요.
사실,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면
기독교 교리의 많은 부분이 혼란에 빠집니다. 앞뒤가 잘 안 맞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서 '죽음 이후의 천국과 지옥' 이라는 개념만 사실로 취하고 다른 세부적인 부분은 버립니다.
앞뒤가 안 맞는 해석입니다.
정리하자면,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는 죽음 이후에 관해 논의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본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빠뜨리면 안 되는 본문이 또 있는데
바로, 예수님 한 편 십자가에 매달린 강도 이야기입니다.
예수께서 강도를 향해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라고 말씀하셨지요.
이 구절도 마치 죽음 이후에 천국에 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낙원이란 말은 신약성경에 세 번 나오는데, 낙원의 정체를 분명히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누가복음의 말씀을 통하여 죽은 사람들이 죽음 이후에 그리스도와 함께 머무는 곳이라는 것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낙원이 천국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앞에서 적은 것처럼 성경에는 죽은 사람들이 영원히 거할 처소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죽은 자들은 자는 것이고 곧 깨어날 것입니다.
예수의 낙원에 관한 말씀을 통해
바울이 말한 잠자는 것, 혹은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한 의미가 조금 더 분명해 지는데요,
그리스도와 함께 잠자는 자들은 낙원에서 그리스와 함께 온전한 휴식을 누리며 부활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 가지 더 생각나는 본문이 생깁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향해 '내가 처소를 예비하러 간다' 라고 말씀하시는 요한복음의 말씀입니다.
처소라는 단어는 헬라말로 '호이키아'라고 읽는데요, 집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헬라 용례를 살펴보면 이 단어의 의미가
'여행중 잠시 머무는 집'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에도 어느정도의 일관성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그리스와 함께 죽은 자들을 위하여 거할 집들을 많이 마련해 두셨습니다.
'집을 마련하신다'는 요한복음의 말씀은 제자들이 받게 될 박해를 배경으로 하신 말씀인데,
박해를 받아 설령 죽는다 할지라도, 너희들이 잠시 머물 집을 충분히 준비했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의미이고
그 집에 잠시 머물다가, 요한복음의 가장 핵심적 주제인 부활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처소를 준비한다'는 말씀이 제자들의 죽음 이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성령께서 오셔서 함께 하시는 삶에 관한 것인지
명확하게 단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 말씀이 예수 믿고 죽은 사람들이 천국에 간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성경에 나타난 '죽음 이후'에 관해 개략적으로 살폈습니다.
죽음 이후와 관련 되어 있는 모든 구절들을 다 보려면, 책 한 권이 필요할 듯 합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들 속에서 '죽음 이후'는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천국에 관한 문제를 다뤘으니,
다음 글에서는 천국의 단짝 친구 '지옥'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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