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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6일 목요일

길벗교회 이야기 3

3. 목사병
 
교육전도사로 교회 일을 했던 기간 빼고 전임사역자로 7년을 일했다. 그 사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예배다.
새벽기도회를 제외하고도 7년간 거의 쉼 없이 주일예배, 오후/저녁예배,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에 참석했다. 교육부서를 맡을 때는 부서 예배도 추가다. 새벽기도회를 포함에 일주일에 10여 차례 예배와 기도회에 참여하고 사회를 보고 설교를 했다. 그런 삶이 좋진 않았으나 난 자연스럽게 거기에 익숙해졌다.
길벗교회를 시작하면서 공식적 예배를 주일에만 한 번 드리기로 했다. 지나치게 많은 예배가 성도들의 건강한 삶을 빼앗는다 느꼈기 때문이다. 예배당이나 주일에 갇힌 신앙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성전이고 모든 날이 주님의 날임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상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주중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좀 맘에 걸렸다. 약간의 불안함도 있었다. 그래서 수요 성서 공부 시간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커피 마시며 나누는 예수님 이야기'
교인도 없고 수요일 저녁 인천까지 찾아와 함께 공부할 사람이 없으니, 노력은 가상했지만 모임이 지속되지 못했다. 결국 나의 불안과 허전함 때문에 시작된 성서 공부는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 주중에 예배가 없어 허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병 걸린 환우들과 목사들 뿐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어 외로운 목사들은 자신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모임을 만들고 교인들을 그 모임에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 모임을 향한 충성도로 믿음을 평가한다.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교인들이 그에 장단 맞추며 자신의 믿음을 뽐낸다. 내가 보는 종교병 환우들이다.
부목사 시절 교구 목사로 일할 때이다. 대심방을 하면 구역장을 비롯한 중직자들은 관례적으로 목사에게 차비 혹은 책값을 건넨다. 형편이 넉넉치 못한 교우들은 마음에 큰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관례상, 체면상 봉투를 내민다.
교우들이 봉투 준비하는 것이 부담이라는 것을 알았고, 나 또한 봉투 받는 일에 길들여진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구역장 모임에서 '이번 대심방부터 어떤 구역도 교회에 내는 헌금 이외에 목사에게 주는 돈봉투를 준비하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한 번 광고로 80% 이상이 줄었다. 대부분의 교우들이 기름값 없는 심방을 허전해 하지 않았다. 심방이 더 즐거워졌다. 여전히 허전한 건 목사 뿐이었다. 나를 비롯한 목사들의 착각이 무척 심하다. 자신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성도들을 동원한다. 그들로 허전할 것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고질적인 목사들의 병, 목사병이다.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 예배를 드린다. 어떤 공식적 모임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충만하고 우리의 예배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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