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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2일 수요일

길벗교회 이야기 7

7. 그러니까, 교회는 목사 게 아니라니까

부교역자 생활을 제법 오래했다. 여러 교회를 거쳤는데 내게 썩 잘 맞는 옷은 아니었지만 제법 괜찮은 옷들이었다. 누구나 아는 유명 브랜드도 있었고 중소기업 제품도, 신생회사 제품도 있었다. 돌아보니 다양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경험이었고,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교회가 있는데, 내겐 최악의 교회였다. 교회 자체나 교우들이 싫었던 건 아니다. 내게 그 교회가 최악이 된 이유는 전적으로 담임목사의 어리석음과 아집이다. 여러 담임목사를 겪으며 당시에 느꼈던 불편함과 참담함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다. 그런데 유독 그 목사에 대한 마음은 바뀌질 않는다. 여전히 그 목사를 형용하는 내 평가는 어리석음과 아집이다.

MS교회 K목사를 존경을 넘어 우상처럼 떠받는 분이었는데 '하나님 중심, 교회(당) 중심, 담임목사 중심'이라는 쓰레기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잘도 따라했다. 그래서 그 분에게 가장 좋은 신앙이란 교회당에 열심히 나와 담임목사인 자신의 설교를 경청하며 아멘을 외치는 것이었다.
참담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참담하다. 말로는 교회가 하느님의 것이다, 예수님의 것이다 말하지만 그 인식 깊은 곳에는 교회가 담임목사의 것이고, 하느님의 계시가 담임목사를 통해서만 임한다는 그릇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그리 믿는다는 것이 나를 더욱 참담하게 만든다.
교회는 목사의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말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고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그런 인식이 교회 안에 팽배해진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교회도 사람 모인 곳이다보니 세상 다반사처럼 다양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생겨난다.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교회에도 리더가 필요하고 교회라는 조직에 가장 헌신도가 높은 목사가 대부분 리더의 역할을 맡는다. 당위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에 의한 현상이다.
당연히 조직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리고 리더가 중심 역할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다. 교회도 마찬가지고 나는 이런 현상에 조금의 불만도 없다. 현실적으로 목사가 교회의 중심 역할을 맡아 더 봉사하고 책임지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교회 조직에도 유리하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목사에게 지워진 리더로서의 역할에 신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들이 스스로를 계시의 통로로 자처하고 교회를 사유화 하며 거기에 신학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심으로 목사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에 화가 있으리라.
나는 목사가 하느님 앞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이런 근거없는 믿음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 그래서 길벗교회를 시작하며 '담임목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최근엔 이런 내막을 알지 못하는 성도들 몇몇이 나를 담임목사로 부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담임목사가 아니다. 길벗교회의 현실적인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뿐이다.
지금도 우리는 길벗교회 이름 아래 목사 이름을 쓰지 않는다. 노회와 관련된 서류들 이외에 어떤 공식 문서에도 길벗교회와 박성장 목사는 나란히 서지 않는다. 내가 길벗교회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있어야 길벗교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현실적인 리더일뿐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길벗교회가 존재하는 한 길벗교회 이름 아래 담임목사 박성장은 없다. 비록 사소해 보일지라도 이것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내 믿음의 고백이다. 오직 예수만 우리의 중보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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