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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8일 토요일

길벗교회 이야기 5

5. 일요일 오전 11시를 숭배하는 사람들

당연히 예배 시간은 일요일 오전 11시였다. 그 시간이 가장 편리하다고 느꼈다. 예배 마치고 같이 밥 먹기도 좋고, 오후엔 다른 일들을 볼 수 있어 괜찮겠다 싶었다. 11시를 고집한 건 아니지만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예전에 중고등 학생들 데리고 대학교 견학차 미국 LA에 간 적이 있다. 주일에 두 곳의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 중 하나가 한참 붐처럼 일어나고 있던 이머징처지 흐름에 있던 교회였다. 일요일 오후 5시에 공장처럼 사용하던 큰 창고에 모여 빵과 포도주를 나누고 예배를 드렸다. 포도주를 병채로 꺼내놓고 음식은 포트락 방식으로 리더급 되는 사람들이 5-6가지를 준비해왔는데 꽤나 인상깊게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저녁 5시쯤 모이는 것도 좋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일요일 저녁가지 모이면 다음날 피곤하다는 아내의 반대도 있었고 굳이 일요일 오전을 포기할 이유도 없어 11시에 예배를 드렸다.
변수가 생겼다. 교회를 시작하고 두달쯤 지나 세브란스병원 원목실에 하프타임 목사로 일을 시작했다. 원목실 주관으로 매주 일요일 오전 환우를 위한 예배가 드려지는데 한 달에 한 번은 그 예배에 참석해 예배를 돕는 일을 해야 했다. 갓 부임한 신입 목사가 거부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배시간을 2시로 옮겼다. 시간을 바꾼데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응원차 예배 참석하시는 분들이 소속교회 예배를 드리고 넘어오는데 오후 시간이 더 편리했다. 그 외 다른 큰 이유는 없었다.
시간을 옮기고 나서 생각해보니 참 잘 했다 싶었다. 현실적인 이유를 떠나 한국 개신교 안에서 '일요일 오전 11시'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종교적 규율에서의 자유와 쉼을 추구하는 우리 교회의 가치에 더 잘 들어맞았다.
'일주일의 시간 중 우상숭배가 가장 극심한 때는 일요일 오전 11시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교회가 같은 시간에 모여 저마다의 하느님을 찾는다. 같은 하느님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다른 경우도 많다. 어쩌면 많은 교인들이 예수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11시 예배를 '대예배'라 칭하며 우상시한다. 다른 시간에 드리는 예배는 부수적인 것으로 하찮게 여기는 마음이 한국 개신교 안에 뿌리 깊다. 간혹 길벗교회에 방문하시는 분들 중 당연히 11시 예배일 것이라 생각하고 10시 좀 넘어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11시라는 뿌리 깊은 도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변화? 별거 없다.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에 물음표를 던져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본질이 아닌 것들이 본질의 자리에 올라 주인 노릇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변화다.
하나님인지 하느님인지, 성경인지 성서인지, 성서 번역은 어떠한지, 성전인지 예배당인지 별 것 아닌 하찮은 문제들이지만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는 계속 질문한다. 그리고 질문하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물론 질문은 때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생각해야 하고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만이 우리를 본질로 이끈다. 질문을 포기한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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