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예배에 관하여 제가 가진 소견의 핵심은 예배와 설교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예배가 행해지고(감히 '드려진다'는 표현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많은 설교가 말해집니다(감히 '선포된다'는 표현도 꺼려집니다) 설교에 있어서는 횟수뿐만 아니라 길이도 너무 긴 것 아닌가 합니다.
보통의 교회에서 일주일에 최소 10번의 예배가, 최대 25번 이상의 예배가 진행됩니다(각종 기도회도 예배의 형식을 갖추기 때문에 예배로 포함했습니다).
이 말은 목사가 감당해야 할 설교의 횟수가 일주일에 최소 10회에서 많게는 20회를 넘긴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큰 교회에서 부목사를 여럿 두고 있는 분들이야 부담이 덜 하지만 다른 전임사역자를 고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 교회에서는 담임 목사가 이 모든 부담을 안고 가야 합니다.
예배를 많이 드리고 설교를 많이 하면 물론 좋은 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예배와 설교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예배가 세심하게 기획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많은 설교를 해야하다보니 탁월한 설교의 능력을 물려받지 못한 보통의 목사에게서 좋은 설교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설교에 대한 부담이 너무 많다보니 다른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기도 합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성경을 연구하는 일이나, 교회의 장기적 비전들을 충분히 고려할 심적 여유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더욱이 성도들과의 깊은 만남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것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렇게 지나치게 많은 설교 속에서 어떤 목사님들은 설교에만 집중해서 살아가고, 다른 많은 목사님들은 대충대충 설교하며 살아갑니다. 설교자가 삶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을 상실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너무 많은 예배와 설교가 건물중심의 신앙 패러다임을 가진 교인들을 양산한다는데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교회를 장식하는 형형 색색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같은 교인들이 많아진다는 말입니다.
예배가 많아지면 당연히 예배의 참여 빈도에 따라 신앙 등급이 매겨집니다. 주일예배만 참석하면 선데이 크리스찬이니 날나리 신자니 하며 비아냥거리고, 신앙등급의 지존인 새벽기도까지 참석하면 그야말로 최고의 신앙인이 됩니다. 자신의 영적 성장과 인격 수양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는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기도회에 나오는 것 자체가 때론, 신앙등급을 결정하는 지표로 작용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가치관의 변화를 겪었는지, 세대를 본받지 않고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기 위한 삶에 대한 헌신도가 어떤지, 무엇이 그 인생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동력인지는 신앙평가에서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이런 것들은 분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쉽게 무시되겠지요). 단지 얼마나 자주 교회에 모습을 드러내는가가 평가의 가장 핵심적 기준이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너무 많은 예배가 드려지고, 강조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 문제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소견엔 구조적 문제가 더 심각해 보입니다.
그래서 상상교회에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1) 일주일에 공식적 예배는 주일에 한 번만 드려집니다.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배를 적게 드려서 기독교가 세속화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교를 적게 들어 그리스도인들이 욕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예배에 익숙해 있다보니 이런 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단지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사실, 예배를 많이 드린다고 우리의 영적 갈급함이 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예배가 우리를 영적으로 더 무디게 하고 더 갈급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많은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영적 책임감을 사라지게 합니다. 예배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일들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무감각하고 무능력한 신앙을 만들기도 합니다.
삶의 결과로 드릴 수 있는 예배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결코, 예배의 횟수가 모자라 영적 갈급함이나 신앙의 세속성이 증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2) 그리스도인은 꾸준히 성경을 연구해야 합니다. 성경을 공부하지 않으면 가치관이 바뀌지 않습니다. 가치관이 바뀌지 않으면 좋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고 열정이나 종교행위들은 헛것이 됩니다.
예배를 한 번만 드리는 것이 모임을 없앤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배는 일 주일에 한 번이면 족합니다. 그러나 성경을 공부하기 위해 자주 모여야 합니다.
수요일이 가장 적당해 보입니다. 오전, 오후, 저녁 시간에 본인이 자유로운 시간을 정해 지속적으로 꾸준히 성경을 공부해야 합니다. 상상교회에서는 수요일을 이용해 지속적인 성경공부 강좌들이 진행될 것입니다.
3) 기도회는 기도회답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떤 곳에선 한 시간 기도회에 40분 넘게 설교하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기도회가 정체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기도회에선 간단하게 말씀을 읽거나 5분 이내의 짧은 설교면 충분합니다. 오히려 기도의 제목들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하고, 기도의 방향들을 잘 잡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막연한 기도나 개인의 영달과 복을 위한 기도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이루어져가는, 망가진 하나님의 세계가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구체적인 기도의 방향들이 제시되고 긍정적인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도회는 정기적 기도회와 비정기적 기도회 모두 필요합니다. 새벽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한 정기적 기도회는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사실, 아직 새벽기도회를 할지, 저녁기도회를 할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야 새벽이 선호되었지만, 도시생활 패턴을 고려할 때 새벽기도는 도시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생활 패턴 자체가 변화시켜야 할 신앙의 문제가 아니기에 패턴을 바꾸기보다 도시생활에 맞춰 저녁 시간에 기도회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비정기적 기도회로 드릴 생각입니다. 매주 모이는 기도회가 아니라 교회나 국가, 혹은 세계에 기도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말 그래도 기도를 위한 기도회를 하기 위함입니다. 한달에 한두번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4) 추가로, 주일엔 가급적 성만찬을 자주 하고,
성도들이 함께 모여 나누는 거룩한 식사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합니다. 다른 모임의 뒷풀이 식사가 아니라 식사를 위해 모이는, 거룩한 공동식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그런 시간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정리를 해 봤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이유는 단 하나, 이런 시간들을 계기로 교회의 예배와 모임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기도하고 더 좋은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상의 교회가 아니, 진짜 상상 교회가 빨리....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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