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의 삶이 나에겐 무엇이었나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나의 신학적, 신앙적 양심과는 조금 다른 강조점을 가진교회란 걸 알았기 때문에 부임인사를 하기 직전까지도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 아래 있다는 믿음으로 부임하고 교구를 맡고 심방을 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참, 목사 안수도 받았네요. 잊지 못할 사건, 잊지 못할 교회입니다.지나온 2년 남짓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마치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나온 것 같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 갈증의 흔적들이 남아 있음을 보게 됩니다.
메마르고 거칠어서 여기 저기 생채기들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더 성숙하고 강해졌으니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교회에 부임해서 선배 목사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메시지는 "너의 모든 것이 평가를 받고 있다.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말 조심 해라." 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늘 서글퍼집니다. 사막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겠지요. 그러니 모래바람도 조심해야 하고, 수렁도 피해야 하겠지요.
평가 받는 삶, 감시 당하는 삶,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경고를 듣는 삶. 내가 감시당함 때문이 아니라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나 서글프고, 그래서 더 서글픈 2년여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설교를 하고 선배 목사님들로부터 노란딱지(Yellow Card)를 받았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비슷한 경고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경고를 받았던 다른 목사님의 설교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도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생각처럼 잘 되진 않았지만요. ^^
성경공부를 하다가 한 여집사가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딴지를 걸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성도는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집사가 자기를 건들까봐 염려가 돼서 성경공부반을 못 하겠다는 목사님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목사들이 한 여집사의 비상식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어이없음에 제 마음이 황량해졌습니다.
저는 후배목사들에게 '교인들 믿지 말라' 고 충고합니다. 교인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를 공개하며 다가오면 목사는 그 교인을 믿고싶은 유혹에 빠진다고, 절대로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쉽게 믿었다가, 그래서 속에 있는 이야기 꺼내 놓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저야 그래도 믿고 살기고 작정하고 사는 사람이니,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니 상관없지만 다른 목사님들에겐 믿음에 대한 댓가가 너무 크게 다가올 수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제가 내일까지 섬길 저희 교회 부목사님들은 마음의 대화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이 너무 바쁜 이유도 있고, 다른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없는 구조적 병폐도 있습니다. 그래서 늘 외롭습니다. 하루 종일 일만 하는지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일만 잘하면 좋은 목사가 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써 놓고보니, 저희 교회가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길... 저에게 잘 안 맞아서, 공장 노동자가 넥타이 정장차림 하고 있으려니 불편해서 그런 것일 뿐입니다. 좋은 곳이고 행복한 곳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사막에서의 방황이 제겐 꽤나 버거웠던 모양입니다.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가 그렇게 좋고 반가웠던 것을 보면 갈증이 컸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그 사막에서 물 한 모금 찾아보겠다고 이 블로그-상상카페도 시작되었습니다. 이젠 꽤 친한 친구가 되었네요. ^^
사람으로 인해 사막이 된 저의 삶의 자리에 오아시스가 된 것 또한 '사람'입니다. 다행히도, 너무나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말씀을 나누고 소망을 이야기하고 함께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 피어난 꽃송이, 맑은 샘물들입니다.
어떤 분은 진실한 사랑으로 저를 염려해주고 격려해 주었고, 어떤 분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저를 경계했지만 제겐 모두 감사한 분들이고 제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들입니다.
사람이 언제나 운 좋게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내게 무엇이 남았나 돌이켜 볼 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오아시스같은 분들이 제 여정에 벗이 되어 주었다는 것, 주께서 그런 충족한 은혜를 주셨다는 고백 때문입니다.
이제 한 두 걸음이면 사막을 벗어나, 섬으로 갑니다. 도심 한 복판에 두둥 떠있는 섬같은 우리의 삶에 큼지막한 다리들이 놓였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섬 이야기는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맘고생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맘이 아픕니다. 저희도 이곳 상상카페에서 쉼을 갖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가곤 했습니다. 목사님께 말씀을 배우며, 더 많이 깨달을수 있도록 도우시고 행동할수 있도록 이끌어주심에 감사하고 직접 만드신 찬양곡 함께 부르며 우리가 이땅의 소망이라시며 격려해 주시던 목사님, 직접 커피 배워 우리게 내려 주시던, 샘물처럼 갖고계신 모든것 나누시는 삶의모습이 참 아름다우셨습니다. 그래서 더 보내드리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그곳 섬에서의 아름다운 사역 잘 펼쳐 나가시길 기도합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목사님을 다리로 좋은친구들이 생겼습니다. 함께 버팀목이 되어줄 오아시스 벗들이 있어 외로움을 덜수 있겠습니다.언제든 목사님은 거기서 저희는 여기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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