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김건모 재도전 - 원칙과 룰이 지켜지는 교회를 꿈꾸며

최근 '나는 가수다' 라는 모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노래 잘 하는 가수 7명이 나와서 공연을 하고, 시민 방청단 500명과 네티즌 문자투표를 통해(정확한지 확실치 않네요..^^) 순위를 메긴 후, 한 명이 탈락하면 다른 도전자가 합류해 공연과 평가를 반복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재밌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던 터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잠깐 보게되었습니다. 제가 본 건 거의 뒷부분인데, 마지막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이어서 투표와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노래를 많이 듣진 못했지만, 실력 있는 가수의 노래를 TV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좀 의아한 상황이 진행되었습니다. 투표결과 1위는 윤도현, 2~6위 발표는 의미가 없고 7위에 김건모씨가 호명되었습니다. 즉, 김건모씨가 탈락한 것이죠.

탈락자를 대체할 8번째 가수로 알려진 김연우씨는 다른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기다리던 상황이었구요.

이 때, 메인 진행자인 이소라씨가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빤데' 하며 눈물과 함께 촬영장을 떠나버렸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이 안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제작진의 긴급 회의 끝에 더 어이없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참가한 다른 가수들이 허락을 해 준다면(참가한 모든 가수가 김건모씨의 후배입니다),

김건모씨에게 재도전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실에서 소속사 관계자들과 상의 시간을 가진 김건모씨는 잠시 뒤에 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합니다. 재 도전을 해 보겠다는 것이죠.

여기까지 보다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처음부터 투표 결과에 따라 한 명 탈락하기로 정해 놓고 시작했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리를 떠난 이소라씨도 어이가 없고,

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귀한 시간 들여 투표한 결과를 쉽게 뒤집어 버리는 PD와 제작진도 웃기고,

가장 압권은, 선택권을 줬다고 염치도 없이 재도전 하겠다는 김건모씨의 태도입니다. 선배답게 당당히 받아들이고 물러나 주길 바랐는데 좀 황당했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결국, 김건모씨는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스포일러에 따르면 다음 녹화 시간, 김건모씨 등장과 함께 엄청난 야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소라씨는 진행자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추궁 당하고 있고,

김영희 PD는 '사퇴' 까지 언급하며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을 했습니다.

옆에 있는 사진은 한 네티즌이 이런 상황을 꼬집으며 패러디한 것입니다.(잘 안 보이시면 클릭해서 보세요^^)

이런 상황들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별히 이런 상황들이 이 시대의 한국 사회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 이었습니다. 단순한 재미나 좋은 노래 듣는 것보다 정해놓은 룰을 지켜주는 것, 그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스타라 불리며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애인들이 원칙과 룰를 지켜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시대 한국인의 정서이고 불안한 정세 속에서의 간절한 바람일 것입니다.

기독교가 이 시대 한국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칙과 룰을 지키지 않는 기독교와 기독교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수다' 제작진과 몇몇 연예인들을 향해 야유를 날리듯이 그렇게 교회를 향해서도 손가락질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더 큰 교회를 만드는 것이나 입에 발린 그럴듯한 은혜로운 설교가 아니라 원칙과 룰을 지켜 달라는 것이 아닐까요?
재미있는 프로그램, 좋은 노래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라면 더 좋겠지요. 교회도 부흥하고 설교도 잘 하는 목사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다음입니다. 먼저는 원칙을 지켜주는 것, 그것을 바라는 것 아닐까요?

이번에 한기총(한국기독교 총연합회, 가장 큰 보수적 기독교 연합단체입니다) 회장에 당선되신 목사님은 선거과정에서 10억이 넘는 돈을 쓰셨다고 하는데, 여전히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교회돈 100억이 넘는 금액을 독단적으로 펀드에 가입했답니다. 당시 교회가 대출한 돈 이자로만 몇억이 지출되고 있었다는군요.
또 다른 목사님은 검차조사 결과 32억을 횡령했다고 합니다. 본인은 선교비에 썼다고 합니다. 증거자료 제출은 못하면서 그래도 당당합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어떤 분들은 더 오래오래 목사노릇을 하고 싶어서, 어떤 분들은 자신의 욕심을 더 채우기 위해 원칙과 룰을 무시합니다.
물론 그럴듯한 핑계와 이유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채로 말입니다.

이번에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을 보고 정나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만큼 말입니다.
교회를 보며 이 시대의 한국 사회가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심히 염려됩니다.
원칙과 룰이 지켜지는 교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