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쏟은 커피를 바라보며
- 정호승
바닥에 쏟은 커피는 바닥이 잔이다
바닥에 커피를 쏟으면
커피는 순간 검은 구름이 된다
바다가 비에 젖지 않고 비를 바다로 만들듯
바닥도 커피에 젖지 않고 커피를 바닥으로 만든다
바닥을 걷는 흉측한 발들아
물 위를 걸은 예수의 흉내를 내다가 익사한 발들아
검은 구름떼가 흘러가는 바닥의 잔을 들어라
오늘도 바닥의 잔을 높이 들고
남은 인생의 첫날인 오늘보다
남은 인생의 마지막 날인 내일을 생각하며
봄비 내리는 창가를 서성거려라
* 때론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커피를 쏟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삶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엎질러진 커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무시당하고, 내면의 질서를 잃어버린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향해 바닥에 쏟은 커피라고 말합니다.
** 하나님은 엎지러진 커피를 향해 '쓸모 없다' '가치없다' 말하지 않고 '좀 더 큰 잔에 담겼다' 하시며 스스로 잔이 되십니다.
잔이 크면 누구나 담을 수 있지요. 자신의 잔이 작은 것 생각 못하고 잔을 떠났다, 쓸모 없다 생각할 뿐입니다.
*** 흉측한 발들이 큰 잔에 담긴 커피를 짓밟습니다. 바닥을 어지럽힙니다.
그 발들은 물 위를 걸어가신 예수의 흉내를 내는 발들입니다. 흉내를 내다가 바닥을 짓밟는 것이지요.
**** 목사로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내면의 질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사람들보다 부유하고 건강하고 매너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을 주는 것 같아 민망하고,
속이 상해 울고 싶습니다.
오늘도 봄비 내리는 창가를 서성입니다.
하나님 시선으로 보면 누가 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인지 좀 다르지 않을까요...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어요~^^
답글삭제더 마음이 간다는 것이 문제죠~ㅋ 저도 각성 좀 해야겠습니다... ㅎ
가난한 너희가 복이 있다는 누가복음 6장의 말씀을 자꾸 잊고 사네요...
답글삭제일부러 잊으려 하는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