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장 11절
예수의 영광
요한복음은 영광의 책이라 불릴 만하다. 공관복음이 겉보기에 예수의 고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분명히 요한복음은 예수의 영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한복음에는 영광(헬. 독사)이라는 명사형이 19회, 영광 받다(헬. 독사조)는 동사형이 22회 사용되어 신약성경 중 가장 많이 쓰였다.
요한복음의 영광에 대한 강조는 공관복음을 고난의 복음서로, 요한복음을 영광의 복음서로 보게 만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요한복음에 나타난 예수의 영광이 그의 고난, 즉 죽음과 부활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은 예수의 죽음 앞에서 그의 영광의 때가 가까웠다고 말한다(12:23).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그의 영광이 드러났다는 것이 요한복음의 중심 주제이다. 특별히 죽음이 예수의 영광과 관련하여 부각되는데(12:24) 그의 죽음과 따르는 부활을 통해 그의 영광이 드러났다. 요한복음은 영광의 복음서이지만 동시에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철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창세전부터 아버지 품속에 있던 영광(1:14, 17:5)이 예수의 첫 표적을 통해 세상에 드디어 드러났다(2:11). 본래 하나님의 영광이었던 예수의 영광은(17:22) 예수의 사역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17:4). 그리고 예수의 사역은 궁극적으로 그의 죽음과 부활로 귀결된다(7:39, 12:16).
예수의 첫 표적을 통해 예수의 영광이 드러났다는 요한복음의 첫 번째 보도는 그의 첫 표적이 그의 부활에 대한 암시라는 것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요한복음은 예수의 첫 표적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화 되듯이 예수의 부활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가 창조세계 안에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예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결정적 사건이 된다고 보도한다(2:11).
그렇다면 예수의 영광이란 무엇인가? 예수에게 주신 하나님의 영광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이란 그분의 임재와 현존에 대한 강력한 상징이었다. 하나님의 영광이란 개념은 특별히 성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성전에 거하시는 하나님, 성전에서 그 위엄을 나타내시며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이었다.
요한복음은 성전에 임재한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다른 영광을 말하고 있다. 본래부터 있던 말씀이신 예수께서 임재하셨다(1:14). 하나님의 현존이 다른 무엇이 아닌 예수를 통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 영광이 있었다는 말씀은(1:14) 철저하게 하나님의 임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표적을 통해 예수의 영광, 즉 하나님의 현존이 나타났다는 보도에 이어 성전에서의 예수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공관복음이 예수 사역 말미에 그토록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성전사건을 요한복음이 사역의 가장 초기에 배치한 것은 우연이나 부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요한복음은 예수의 영광, 하나님의 현존을 말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성전’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결론인즉, 더 이상 성전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하나님 임재의 장소일 수 없다는 것이고 그 자리를 예수께서 직접 대신하실 것이라는 선언이다.
예수의 표적은 하나님의 현존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포도주 기적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기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나님의 현존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표적은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현존을 보도록 우리를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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