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펑크와 함께 '예수 세미나'를 창설한 가톨릭 사제 출신의 성서학자, 크로산.
미국이 또 다른 로마제국으로 부상하며 제국주의적 힘을 과시하는 현 시점에서 크로산은 미국이라는 제국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신앙적 태도에 관해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핵심 개념은
문명이라는 폭력의 정상성과 대안으로서의 하나님 정의의 급진성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과 승리를 통한 평화라는 문명의 정상성과 비폭력과 정의를 통한 평화라는 하나님의 급진성 안에 있는 갈등과 다툼이 성경의 핵심이고 기독교의 비전이라는 것.
그런 비전 안에서 예수의 평화적 초림과 바울의 급진적 기독교 비전, 그 안에 있는 평화를 옹호하고, 비바울서신에 나타난 바울의 보수적 회기와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묵시적 전쟁 신화를 배격한다.
제국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미국의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도발적이지만 깊이 새겨 들어야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보인다.
그는 철저하게 예수를 지혜교사로 본다. 그런면에서 묵시가로서의 예수를 말하는 라이트와는 정 반대 노선에 있다.
그는 성경에 나타난 묵시가로서의 예수는 본래적 예수가 아니라고 여기고 철저하게 배격한다. 오직 지혜교사와 윤리적 가르침으로서의 예수만을 본래적 예수라 못 박고 모든 논의를 진행 하는 듯 하다.
그가 이토록 철저하게 묵시적 예수를 배격하는데에는 묵시에 대한 편협한 이해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철저하게 공감하게 되지만, 그가 말하는 예수, 바울은 시대적 요청에 반응한, 시대적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가 이해하는 예수는 모두 그럴 것이다. 시대적 산물로서의 예수이해를 완전히 벗어버리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글에선 지나친 감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사적 예수를 정당하게 다루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가 예수의 모습을 통해 미국 사회에, 우리의 신앙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그가 역사적 예수를 정당하게 다루었는가 하는데에는 물음표가 달라 붙는다.
그러나, 제국적 권력을 드러내는 미국과 그 미국을 미친듯이 따라가는 한국 사회,
신자유주의라는 신기루와 막강한 군사력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예수 장사치들에게 지금 크로산의 메시지가 필요한 것 아닐까?
* 저자의 다른 책들
역사적 예수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예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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